박노해,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
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-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깨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깨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이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깜빡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..